건너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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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령

건너가는 사람들 · 작성 2026.06.18 · 수정 2026.06.20 · v1.0.3

대한민국은 38년의 치욕적인 식민 상태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독립 국가로 우뚝 선 후, 세계 최빈국으로 출발하여, 건국과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혁신국가입니다. 위대한 이 여정은 2차 세계 대전 후의 독립국 가운데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세계사적 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적을 썼던 방법과 상상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새로운 방향과 길을 찾지 못한 지 벌써 20여 년입니다.

우리가 이룬 기적이 아무리 위대해도 우리는 아직 지식 생산국이 아니라 지식 수입국이며, 선도국가가 아니라 추격국가이며, 전략 국가가 아니라 전술 국가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한계이고, 우리가 쓴 기적도 이 한계 속에서 쓴 기적입니다. 이제 우리의 사명은 지금의 번영을 지속하기 위하여 선도국가, 전략 국가, 지식 생산국가로 도약하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한계에 이른 생명체나 조직은 퇴행적이고 소모적인 상호 모방과 적대적 공존으로 세월을 보내며 비효율을 쌓다가 결국 약해져서 퇴락하는데, 우리의 최근 20년 이상의 모습이 이러합니다.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은 죽습니다. 혁신해야 할 때 혁신하지 못하고, 도약해야 할 때 도약하지 못하면,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과 다를 바 없습니다. 살려면, 허물을 벗듯이, 칙칙한 과거에서 벗어나 빛이 있는 그곳으로 “건너가기”를 감행해야 합니다.

인간은 모든 문제를 정치로 해결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대한민국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말은 정치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정치는 희망을 설계하여 공동체를 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민주화 다음의 꿈을 설계하는 모험심을 잃었고, 사회를 통합하는 사명을 잊은 채 오히려 분열을 심화시키기만 하며, 대한민국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전락하였습니다. 심지어, 민주화를 했다고 자처한 세력들이 오히려 다시 전체주의와 독재의 길로 퇴행하고 있음을 보면, 사실상 민주화라는 것도 권력 쟁탈전 이상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우리 정치의 한계와 추락만 증명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삼권분립이 망가지고, 법은 권력자가 임의로 좌지우지하게 되어 평등한 법의 정신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허물을 벗어야 할 뱀이 허물을 벗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벗어야 할 허물을 다시 뒤집어쓰려는 형국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배를 채우고 권력을 차지하는 것을 최고로 여기며 살다가, 사람 되는 길에서 벗어났습니다. 사람 되는 길에서 벗어나면, 자기에게서 멀어집니다. 자기에게서 멀어지면, 자기를 살리는 길과 자기를 죽이는 길을 구분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자기를 죽이는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정치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 대한민국을 죽이는 길로 끌고 가려는 세력이 있고, 심지어는 그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그들을 막아야 할 세력은 이미 진부해졌고 게으름에 빠진 지 오랩니다. 대한민국을 적으로 놓고 싸웠던 사람을 떠받들고, 대한민국을 지키려고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을 폄하하고 억압하는 일들이 정의와 민주라는 이름을 달고 자행되고 있습니다. 사람 되는 길에서 멀어지면, 이름이 뒤틀리고 말의 질서가 무너집니다. 말의 질서가 무너지면, 공동체가 무너집니다. 자유민주주의로 시작했고, 자유민주주의로 기적을 썼던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자는 것을 호소해야 할 정도로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미 낡았고, 정치인들은 염치를 아는 최소한의 인간성도 배우지 못한 채 기능에 의한 적대적 공존의 정치만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파괴하여 정치를 살려야 합니다. 존재론적 성장이 멈춘 정치로 연명해 온 정치인들한테 각성과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 밑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의 정치에서 자부심을 느끼십니까? 기존 정치인들에게 삶을 의탁하고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으십니까? 정치인을 전면 교체하지 않고는 정치를 바꿀 수 없습니다. 자기 내면을 향해 눈을 돌릴 줄 아는 기본,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자신에게 묻는 기본을 배운 사람들로 교체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려면, 이 길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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